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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의 서평·음반평
쓴 사람 김영조
쓴 날짜 2011-04-01 (금)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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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5  ㆍ조회: 11988      
말뚝이 가라사대(이달균 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 양반들 한번 혼나 보소!
[책동네] 이달균 사설시조집 ≪말뚝이 가라사대≫, '통쾌한 탈잡이' 표현
 
김영조
말뚝이는 무엇인가? 말뚝이는 한국 탈놀이에 나오는 중요인물인데 하인으로 양반들의 무능력과 부패를 고발하는 역을 맡는다. 봉산탈춤에도, 양주별산대놀이에도, 고성오광대에도 말뚝이는 여전히 중요인물이다.  

우리 겨레는 예부터 탈놀이를 즐겼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안동대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는 ≪한국의 민속과 오늘의 문화(지식산업사, 1994)≫에서 탈놀이는 “탈 잡는 일”이라고 말한다. 예전 일반 백성은 지배층인 양반들에게 탈 잡을 일이 많았지만 대놓고 탈을 잡으면 바로 보복 곧 “뒤탈”을 당할 것이기에 드러내놓고 탈을 잡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은 그 탈출구로 탈놀이를 생각한 것이라는 말이다.  

백성은 탈을 써서 지배층의 눈길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가리고, 거리낌 없이 탈을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탈놀이를 하면서 탈을 잡는다는 것은 지배층의 탈을 드러내 경종을 울리는 것은 물론 탈 때문에 피지배층인 백성이 정신적으로 입는 탈 곧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탈 잡는 일”에선 말뚝이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그 말뚝이가 여기 이달균 시인의 사설시조집에 등장한 것이다. 동학사(펴낸이 유재영)를 통해 펴낸 가 바로 그 말뚝이의 마당이다.

시인은 말뚝이 입을 통해 자신이 사설시조집을 내놓은 배경을 털어놓는다. 

“어허, 할 말 많은 세상,
그럴수록 더욱 입을 닫으시오.
조목조목 대꾸해봐야
쇠귀에 경 읽기니 침묵이 상수요
대신 이놈 말뚝이 잘난 놈 욕도 좀 하고
못난 놈 편에서 슬쩍 훈수도 두려 했는데”라고 말이다.

할 말 많은 세상에 독자들은 그냥 침묵을 무기로 하고 대신 시인이 말뚝이가 되어 세상의 탈이란 탈은 다 잡아줄 것이란 약속을 한다. 
 
▲ 고성오광대 탈들(왼쪽부터 말뚝이, 비비, 할미)     © 김영조

그리고 시인은 <다섯 양반 춤>에서 “말뚝이 탈만 말고 기왕에 나왔으니 / 명문사학 기방에서 족집게 수학했던 / 동문들 다 불러 모아 춤 한번 놀아보소”라면서 너스레를 떤다. 

그런가 하면 <양반 자랑>에서는 “끄덕끄덕 저 양반은 수원 백서방과 남양 홍서방이 한 이불 덮고 만든 접으로 된 양반이시고, 빨아 논 김치 가닥 같고 밑구녕에 빠진 촌충이 같은 저 도령은 이 몸이 평양감사 갔을 때 병풍 뒤에서 낮거리로 만든 도령이시다. 남방 북방 동방 서방 니 서방인지 내 서방인지 올 서방은 오고 갈 서방은 가고 주서방은 죽고 서 서방은 선 채로 양반님들 떵떵 울리며 저자 행차하였으니”라면서 걸쭉한 입담을 과시한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에서는 “처음엔 뒤에 놈이 제발 제발 애원하여 보여 주다 쫓겨났고, 두 번째는 큰 대(大)에 떨어진 먹물 개 견(犬)으로 탈락했고, 세 번째는 분하고 억울하다 답안은 백 점인데 이름자 빠뜨려 낙방이라, 마지막 사연은 천기누설, 밝힐 수 없음이 안타깝다.”라며 양반이 과거에 떨어진 핑계를 읊는다. 

또 <땡중 가라사대>에서는 “우리 불자들은 밥 보시 돈 보시보다 육 보시를 중히 치니 불제자된 도리로 못 본 체할 수 없음은 당연지사, 툭 까놓고 얘기해서 나는 잡놈에 땡중이요, (중략) 아미타불도 하다 보면 재미타불이 되기도 하고 그것도 심심하면 니기미씨불이 되기도 하니 부처가 별거든가 깨치면 성불이지. 이미 나는 도 텄응께 시방 예가 도솔천이요 미륵세상이로구나.”라고 땡중을 묘사하며 입이 지저분해지기도 한다. 

게다가 <시골 영감 작은 어미 흥타령>이란 썰도 있다. “이런 개발새발! 군부독재가 이만할까. 조진사댁 갑분이는 연차 월차, 생리수당 꼬박꼬박 챙기는데, 상여금은 고사하고 새경마저 떼어먹는 우리 샌님. 뒤 닦을 새도 없이 이리 오라 저리 가라 우로 좌로 가라 마라. 오냐 모르것다 주전자 속 탁배기는 손가락으로 저어주고, 돈냉이 취나물 산채나물은 조물조물 무쳐 주니” 노동자를 핍박하는 기업을 호되게 꾸짖는 장면도 나온다.

▲ ≪말뚝이 가라사대≫ 지은이 이달균 시인     © 동학사

≪말뚝이 가라사대≫ 해설은 서강대 김열규 명예교수가 “한국다운 폴키즘의 깨춤”이란 제목으로 썼다. 그는 ”<이 시로 읊는 탈 춤판>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고약한 사회와 시대로 해서 맺힌 응어리가 풀릴 것이다. 못된 인간들로 해서 생긴 십년 묶은 마음의 체증이 내려갈 것이다. 그래서 통렬하고 통쾌할 것이다. 그래서 ≪말뚝이 가라사대≫는 해탈의 기운으로 설렐 것이다. 그래서 이달균 시인은 구세주가 되는 것이다.”

아! 이달균 시인은 구세주가 된단다. 그럴지도 모른다. 양반이나 권세가들의 잘못을 통쾌하게 꼬집어주는 솜씨에 독자들은 배설의 쾌감을 대신 얻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의 스트레스, 배반감, 아니꼬움, 통한 등을 일거에 날려버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이 시대 최고의 시집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저물어 가는 기축년 말뚝이가 들려주는 통쾌한 탈 잡이를 우리같이 즐기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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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이렇게 써라!

서평을 쓰는 방법은 따로 나와 있지 않다.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서평을 잘 쓰려면 잘 읽는 게 방법이라면 방법이고 요령이라면 요령이다. 요즈음 급하게 책장을 넘겨보고 쓴 서평들이 서평이란 이름을 단 채 등장하고 있다.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은 서평이 난무한다는 것이다. 시간을 두고 차분히 글쓴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서평이 아쉽다. 서평을 쓴 사람조차 무엇을 읽었는지 모르는 서평을 통해 독자가 무슨 감흥을 얻겠는가? 서평은 책의 세상 나옴을 알리는 글이라 조심히 다루고 깊이 있게 다뤄야 한다. 이 방은 한 권 한 권 공들여 쓴 서평을 모아 두는 곳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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