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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쓴 얼레빗

 

이곳은 독자 여러분이 쓰는 방으로 매주 금요일 한편씩 소개합니다. 다음을 참조 하시어 많은 참여 바랍니다. 다만, 이글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와 그 방향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길이: 김영조 소장이 쓰는 얼레빗을 참고해서 3문단 정도

내용: 유·무형 문화재, 유적지, 고전작품, 땅이름 유래, 외국에 있는 우리문화재, 기념비 등등 소재는 자유지만 가능하면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된 글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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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사람 손정숙
쓴 날짜 2012-09-24 (월) 07:08
첨부#1 mgb.jpg (149KB) (내려받기:1811)
ㆍ추천: 0  ㆍ조회: 1190      
먹골배의 향수

배(梨)라면 나주배하고 먹골 배 만 있는 줄 알았다. 돌배와 아그배를 알게 된 것은 좀 지나서였지만 시골 산야에 생김새도 조잡하고 맛이 없는 야생배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돌배는 우수 종을 접붙이지 않아 볼품없는 야생배가 되었고 아그배는 장미과에 속한 교목으로 긴 열매자루에 빨강, 노랑의 열매가 달려 산다과(山茶果)라고 한다는 것은 배 전문가 김병선님을 통해 최근에 알게 되었다.
 
어찌하다보니 졸업한 고등학교이름도 이화(배꽃)이고 대학 졸업 후 잠깐 근무하였던 서울여자대학은 배나무 과수원 속에 자리 잡아 배꽃과 그 향기에 묻혀 살게 되었다. 배(梨)와 얽힌 여러 추억 중에서도 특히 서울여자대학 주위는 이른 봄 배꽃 필 무렵이면 온 천지가 흰 구름에 덮인 듯 하얀 배 밭 사이로 꽃향기가 넘실대고 가을이면 먹골배의 단맛이 사방에 진동하였다. 
 
주말이면 외출 나온 육사(陸士) 생도들, 시내에서 몰려온 젊은이들의 멋과 낭만이 생기로 어우러져 화려한 풍경화를 그리곤 했다. 처음 미국, 캐나다에 왔을 때 슈퍼마켓에 수북 히 쌓여있는 각종의 풍성한 과일들은 위축되고 불안한 외국생활에 더 없이 큰 위로와 기쁨을 주었다. 파인애플, 바나나, 망고.. 이름 모를 이국과일들 틈에 사과 배도 있었다. 장바구니 가득 채워 신이 났었다. 
 
헌데 사과도 배도 한 입씩 베어 먹곤 눈물이 나도록 실망했다. 더구나 배라니.. 모양부터 표주박같이 길음 한 게 과육질 속에 돌 섬유가 많고 껍질은 왜 그리 껄끄럽고 딱딱하던지 과일 맛이 덤덤하니 전혀 배 맛이 아니었다. 어린애 머리통만한 둥실한 배. 아삭 아삭 씹는 대로 단물이 팔꿈치까지 흘러내리던 먹골배가 한없이 그리웠다.  
 
며칠 전 친구들과 먹골배를 그리다가 불현듯 그 품종이 궁금해져서 문헌을 찾아보았다. 1920년대에 조사한 기록에 보면 학명이 밝혀진 33품종의 재래종과 학명이 밝혀지지 않은 28품종이 기재되어 있다. 이들 재래종 배의 명산지로는 봉산, 함흥, 안변, 금화, 봉화현, 수원, 평양 등이 있다. 품질이 우수한 품종은 황실배, 함흥 봉화배, 청담로배, 봉의면배, 운두면배, 합실배 등이 알려져 있다.  
 
이 중에서 청실 배는 경기도 구리시 묵동리 에서 재배되었는데 석세포(돌섬유질)가 적으면서 감미가 높고 맛이 뛰어나 구한말까지 왕실에 진상되었다. 묵동은 증량천변으로 토심이 5~10cm로 깊고 배수가 잘 되는 사양토(모래흙)로서 맛이 좋아 먹골배(묵동의 우리 말)라 불렀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여기서 재배되던 품종도 이제는 신고라는 품종으로 거의 바뀌어졌지만 아직 “먹골배”라는 이름을 그대로 쓴다고 한다. 신고배는 먹골배의 재배법을 더욱 개량 발전하여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조건을 두루 갖춘 전국 농장에서 재배, 세계 각지로 수출하는 특산품이 되었다. 재배지로는 묵동, 곡성, 천안, 의성 두레농장 등이 알려져 있다.  
 
불볕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오늘따라 배나무 그늘 밑 평상에 앉아 속살이 하얀 먹골배를 먹고 싶다. 감히 Pear(표주박 배)가 넘볼 수없는 먹골 배의 맛, 고향의 맛이 아닌가.
 
         독자 손정숙 / 재캐나다 수필가, 전 캐나다 한인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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