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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쓴 얼레빗

 

이곳은 독자 여러분이 쓰는 방으로 매주 금요일 한편씩 소개합니다. 다음을 참조 하시어 많은 참여 바랍니다. 다만, 이글은 ‘얼레빗으로 빗는 하루’와 그 방향이 약간 다를 수 있습니다.

길이: 김영조 소장이 쓰는 얼레빗을 참고해서 3문단 정도

내용: 유·무형 문화재, 유적지, 고전작품, 땅이름 유래, 외국에 있는 우리문화재, 기념비 등등 소재는 자유지만 가능하면 한국 전통문화와 관련된 글을 환영합니다.

채택: 보내주신 글은 되도록 올리겠습니다. 여러분이 얼레빗의 주인이 되어 도전해주십시오. 글을 주실 때 관련된 사진이나 그림이 있으면 함께 주시고 없으면 글만 주셔도 좋습니다.

글에 대한 문의 - 전화:02-733-5027, 누리편지(이메일) : pine9969@hanmail.net 로 문의하시면 친절히 안내해드리며 아래에서 신청하셔도 됩니다.

 

 

쓴 사람 정금자
쓴 날짜 2013-05-24 (금) 08:12
첨부#1 tb.jpg (327KB) (내려받기:1719)
ㆍ추천: 0  ㆍ조회: 1818      
시골 텃밭을 가꾸는 행복

“내 인생 천지간에 일개 무능한 몸 / 我生天地一마흔여섯 해 생애에 얻은 것이 없어라 / 四十六年無所得글을 지어도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고 / 爲文未遂捿科第검술을 배운들 어찌 만인을 대적하랴? / 學文焉能萬人敵아들 일곱 있어 공부를 하였다 하지만 / 有子七人縱云學겨우 글귀나 읽으니 무슨 소용 있으랴 / 摘句尋章何所益”
이 시는 내가 좋아하는 옥담 선생이 쓴 ‘나의 인생 (我生)’의 일부이다. 올해 남편의 나이가 마흔 여섯이니 옥담(이응희 선생의 호, 1579~1651) 선생과 같은 나이다. 옥담 선생처럼 무엇 하나 이룬 것도 없이 하는 일 마다 실패만 거듭하던 남편과 나는 급기야 도시를 떠나기로 작정하고 이곳 옥천의 두메산골로 들어왔다. 각오는 했지만 시골 생활은 서울보다 더 부지런해야 살아 갈 수 있다. 올해로 도심을 떠난 뒤 두해 째 봄을 맞이했다.

이곳은 친정 쪽 당숙 어른이 살고 있는 곳으로 당숙 내외는 우리가 이곳에 정착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당숙 어른은 제법 많은 농사를 짓고 있지만 달랑 있는 외아들이 외국에 나가 살고 있어 농사는 이제 당대에 끊길 형편이어서인지 우리 식구를 무척 아껴주신다. 아직은 농사일이 서툴러 당숙네 포도밭과 비닐하우스를 돕고 있지만 내년쯤이면 당숙이 특별히 내주는 땅에 우리만의 비닐하우스를 가질 꿈에 부풀어 있다. 그래서 올해까지는 집 앞의 작은 텃밭이 농사의 전부이다.

지금 살고 있는 허름한 농가 주택 앞뒤로는 100여 평쯤 되는 밭이 딸려 있는데 이곳은 생전 농사일을 몰랐던 나와 남편의 원예 시험장(?)이다. 이른 아침 텃밭을 둘러보고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상추와 쑥갓을 뜯는 일은 남편의 몫이다. 그 시각 나는 한 뼘 자란 보기에도 맛나 보이는 아욱을 뜯어 된장을 풀고 마른 북어를 잘게 뜯어 넣은 된장국을 끓인다. 도심 같으면 모시조개를 사다 넣겠지만 이곳에서 모시조개 한 봉지를 사려면 차로 30분이나 가야 시장이 나오니 어림도 없는 일이다.

푸성귀가 흔해 아침, 점심, 저녁까지 삼시 세끼를 뜯어다 먹어도 다 먹지 못할 만큼 풍족하다. 이른 아침밥을 먹고 나면 남편은 당숙네 비닐하우스와 새로 사귄 이장댁 밭농사를 돕느라 매우 바쁘다. 귀농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초보자 농부 딱지를 떼려면 앞으로도 한 1년은 더 배워야 한다면서 열심이다.

나 역시 서울에서 직장생활 하느라 덮어 두었던 고전책도 읽고 잘 못 쓰는 시지만 시작(詩作)에도 시간을 쓸 수 있어 행복하다. 도심생활 보다는 모든 게 부족하지만 그렇다고 불만은 없다. 다행히 대학생인 아들 녀석이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어 우리가 농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은 없다.

눈뜨자마자 텃밭으로 나와 간밤에 무럭무럭 자란 쑥갓이며 상추, 아욱, 열무 따위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재미는 황금과 바꿀 수없는 행복한 일이다. 텃밭이 주는 생기발랄한 초록의 향연은 결단코 도심에서는 맛볼 수 없는 행복의 고갱이다. 텃밭에 앉아있으면 내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벌레 입질이 숭숭한 열무를 뜯어 칼칼한 열무김치 좀 담가야겠다.
 
   
                           시인  정금자 / 충북 옥천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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