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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의 이 사람

 

쓴 사람 관리자
쓴 날짜 2011-05-08 (일)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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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예산 수당기념관 이문원 관장을 찾아서


 

“죽으면 죽을 것이지 내가 굽힐 것 같으냐” “선비는 죽일 수 있으되 욕보일 수는 없다(士可殺不可辱)”라고 호통치며 연행하려는 왜놈 순사를 수당 이남규 선생은 엄히 꾸짖었다. 선생은 충남 예산에서 의병을 지원하다 일진회원의 밀고로 체포돼 1907년 8월 서울로 압송되는 도중 온양 평촌 냇가에서 아들 이충구, 노비 김응길과 함께 일경의 칼에 의해 처참히 순국했다.

 

구한말 항일 독립운동가였던 수당 이남규 (李南珪, 1855~1907) 선생의 기념관을 찾은 날은 신록이 푸르러 지기 시작하는 5월 7일 햇살이 따스한 오후였다. 양반의 고장 충남 예산 대술면 상항리 양지쪽에 자리한 수당기념관은 품위 있는 한옥으로 말끔하게 지어진 데다가 곁에는 수당선생 고택이 자리하고 있어 마치 옛 선비의 고장을 찾은 듯한 느낌이다. 주차장에 차를 대기도 전에 벌써 나와서 기자를 반겨주는 분은 수당 이남규 선생의 증손자이자 수당기념관 관장인 이문원 씨(75살) 이다.

 

수당기념관은 2008년 9월 25일 문을 열었다. 충남 예산 지방에서 흔치 않은 독립운동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으로 역사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곳은 한옥의 정수를 그대로 맛볼 수 있게 하여 찾는 이들의 카메라 세례를 많이 받는 곳이다. 구석구석 증조할아버지 수당 선생의 숨결을 보듬으려는 듯 건축가를 뺨치는 안목으로 건축공사를 손수 진두지휘했다는 이 관장의 솜씨는 독립투사를 모시려는 의지의 결집체였다. 

 

독립운동가 수당 이남규 선생은 1882년 정시문과에 급제하여 홍문관 교리, 형조참의, 안동부관찰사 등 여러 관직을 거치면서 선정을 베풀었으며 일제가 저지른 명성황후 시해 사건 때는 이를 규탄하는 "청절왜소", 을사늑약 때는 "청토적소" 등의 상소문을 써서 일제의 만행을 온 나라에 알려 애국심을 고취시켰다.

 

수당 선생이 구한말 홍주 의병장 민종식(閔宗植)에게 은신처를 제공한 혐의로 일경에 압송당하던 중 일제의 회유를 물리치자 맏아들 충구(忠求)와 노비 김응길과 함께 모두 피살되어 순국하였는데 동아일보 1955년 7월 1일 자에는 이를 두고 “수당은 충(忠)에 죽고, 그의 아들은 효(孝)에 죽고, 그의 종은 의(義)에 죽었다.”라는 글로 기리고 있다.

 

▲ 기념관 안에 당시를 재현한 수당 선생의 순국 모습

 

▲ 수당 이남규 선생의 흉상, 수당 어록 “선비는 죽일 수 있으되 욕보일 수는 없다”

 

수당 이남규 선생은 1962년에 독립장에 추서됐고, 아들 이충구 선생은 1991년 애국장에 추서됐으며, 노비였던 김응길 선생도 2008년 애족장에 추서되었다. 당시 13살이던 수당 선생의 손자이자 수당기념관 이 관장의 아버지인 이승복 선생은 임시정부 산하의 비밀조직인 연통제 요원으로 활약했으며 이동녕 등과 독립운동을 함께하였음은 물론 항일단체 신간회의 강령을 만드는 등 독립운동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이들 3대의 독립지사들을 2010년 4월 2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나란히 모심으로써 겨레를 위한 숭고한 애국정신을 되새기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6·25 한국전쟁 중에 전사한 이 관장의 형 이장원 선생 역시 나라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은 분으로 3대 독립운동가에 이어 4대째 나라사랑 정신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수당기념관 이문원 관장 역시 한평생을 교육자로 헌신하였고, 제6대(2001. 9~2004. 9) 독립기념관장을 역임함으로써 4대에 이은 독립정신 고취에 평생을 받쳐왔으니 수당 선생으로부터 어림잡아 150년 동안이나 이어온 독립운동 집안임은 틀림없다.

대담을 시작하자 이 관장은 먼저 기자 앞에 수당 선생의 오래된 문집류를 여러 권 꺼내 놓았다. 한문으로 빼곡히 적혀 있는 수당 선생의 친필 문장들을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이러한 문집 등은 번역 작업을 거쳐야 후손들이 제대로 볼 수 있는 것으로 개인이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하는 형편이라 늦어지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 3대의 독립지사 조상을 국립대전현충원에 모신 사진 앞에서 당시 설명을 하는  이문원 관장 

 

▲ 기념관 안에 전시된 수당 선생의 유품들(관대, 도장, 호패 등 : 왼쪽 위), 궁내부특진관 칙명 (위 오른쪽), 어사화(아래)

 

3대에 걸친 자랑스러운 독립지사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 있는 각종 문집류의 번역만이라도 국가가 체계적으로 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관장실을 나와 기념관으로 발길을 옮겼다. 50여 평의 기념관 내부에는 수당 이남규 선생의 유품과 일대기가 한눈에 보기 좋게 설명되어 있었다. 이곳에는 아드님이신 충구 선생, 손자인 승복 선생과 이 관장의 형님 이장원 선생까지 4대에 이르는 투철한 독립정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귀한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관장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애국정신을 되새겨 보았다.

이어서 300여 년 된 수당 고택으로 기자를 안내하였다. “ㄷ”자 형태의 고즈넉한 오래된 한옥에는 진돗개 두 마리만이 방문객을 반기고 있었다. 겨울에는 난방이 잘 안 되는 듯 집 뒤쪽에 나있는 문마다 비닐로 덮어씌운 것을 보니 한겨울에도 반소매 옷을 입을 정도로 따뜻한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할 것만 같은 고택이지만 이 관장은 조상의 숨결을 느끼는 듯 구석구석 한옥의 아름다움을 설명하느라 바쁘다.

 

▲ 300여 년 된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수당고택, 현재 이문원 관장이 살고 있다.

 

▲ 수당고택엔 남좌여우의 전통적인 형태의 빗장이 그대로 남아있다. 안채 빗장은 오른쪽에 문장부를 끼우고(왼쪽사진), 바깥대문은 왼쪽에 끼운다.

 

고택을 나와 집 가까이에 있는 고려말 조선초로 추정되는 시도유형문화재 제69호 석불로 기자를 안내하였다. 가슴에 십자 매듭 모양과 광배에 연꽃 문양이 두드러진, 그리고 정숙한 얼굴의 독특한 불상은 다른 곳에 방치되어있다시피 한 것을 이곳에 자리를 잡게 할 만큼 이 관장은 독립운동 연구 못지않게 우리 문화재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었다. 

또한, 기념관 곳곳에는 뒷동산에 있는 아름다운 모습의 조선 소나무을 옮겨 심어 놓았고 뜰에는 무궁화를 심는 등 기념관을 찾는 이들을 위한 배려도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이는 모두 부지런한 이 관장의 정성으로 보였다. 

 

▲ 진달래꽃 한 무더기 핀 수당 고택이 5월의 신록 속에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교수는 부업이고 독립운동 연구가 본업이지.”라는 농담을 건네는 이 관장은 노병이 아니라 혈기왕성한 현역병처럼 느껴졌다. 중앙대에서 정년퇴임 할 때까지 교육학자로서의 책임을 완수하고 정년 후에는 독립기념관 관장을 역임한 뒤 지금은 독립운동의 산실인 수당기념관을 지키며 남다른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이 관장의 모습은 독립운동가 후손다운 꼿꼿한 모습이 엿보인다. 

기자가 찾아간 날도 멀리 부산의 서예가와 서울, 평택 등지에서 이 관장을 만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언제나 온화한 미소로 기념관을 찾아오는 이들에게 다정한 이웃 할아버지처럼 보듬어 주는 이 관장의 모습은 독립운동으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세상을 뜨신 조상들의 몫을 살아 내는 듯 뜨겁고 열정적이었다. 

 

애국지사들 이야기 교과서에 널리 실려야 한다
[대담] 수당기념관 이문원 관장




 - 손수 수당기념관을 짓고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조상의 독립운동을 안내하면서 느끼는 감회는 무엇인가?

선조들은 일제에 맞서 싸우는 방식으로 애국을 했지만, 나에게 애국은 그분들의 뜻을 잘 기리는 것이다. 충(忠) 사상뿐 아니라 우리 역사 속의 훌륭한 전통이 후대에도 잘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다. 효를 아는 사람이 나라에 충성하는 것인데 자기만 알고,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즘 풍토가 안타까울 때가 많다.

-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수당 선생을 비롯한 3대의 독립운동 사상을 홍보해야 하지 않는가?

선조들은 자신의 처지에서 할 일을 하신 분들이다. 나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정성껏 당시 조선이 처한 상황을 알리고 있다. 대한민국에는 수당 할아버님 말고도 많은 독립운동가가 계셨고, 이분들 또한 모두 훌륭한 분들이어서 특별히 우리 집안만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다. 모든 독립운동가들의 애국·구국 운동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더 많이 발굴되고 알려져야 한다.

- 수당기념관 옆에 있는 고택에 머무는 것으로 안다. 불편함은 없는가?

2005년에 여기에 내려온 이후 할아버님의 고택에 머물면서 서울 집에는 주말에 다녀오는 생활을 하고 있다. 한옥 생활은 몸에 배어 편하다. 더구나 조상들의 숨결을 느끼는 곳이라 서울생활에서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이 있다. 이른 아침부터 기념관 뜰을 손본다든가 작은 텃밭 가꾸기 등도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기쁨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기념관 안팎을 돌보는 일로 하루해가 짧다.

- 기념관의 운영에 어려움은 없는가?

기념관은 나라에서 지어 주었으나 현재 기념관 운영비는 전부 사비로 충당하고 있어 어려움이 크다. 기념관의 냉난방을 위한 전기료 등 기념관의 유지·보수에도 적지 않은 경비가 들고 있다. 또한, 기념관 주변의 정원손질과 경관 가꾸기 등에도 비용이 만만치 않다. 온 나라가 사쿠라(벚꽃)로 뒤덮여 가는 이때 이곳 수당기념관만이라도 무궁화 꽃동산을 만들고 싶어 주머닛돈을 털어 무궁화를 심는 등 생활비로 써야 할 퇴직연금을 모두 이곳에 쏟아 붓고 있다.

- 바라던 기념관을 완공하였는데 또 다른 앞으로의 꿈은? 

수당선생을 위시한 조상들의 애국활동이 교과서에 오르길 바란다. 이번에 독립기념관에서 3대에 걸친 독립운동사를 비디오로 찍었다. 영상시대에 걸 맞는 홍보로 여겨져 기쁘다. 다만, 수당 어르신뿐 아니라 수많은 독립유공자의 크나큰 나라사랑 공로를 자라나는 세대의 교과서에 실어 자자손손 불굴의 의지로 나라를 지킨 분들에 대한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이름아이콘 김원일
2011-05-09 22:49
수당은 충(忠)에 죽고, 그의 아들은 효(孝)에 죽고, 그의 종은 의(義)에 죽었다.”라는 말이 가슴을 칩니다. 삼가 3대의 독립운동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름아이콘 최원묵
2011-05-09 22:55
저도 작년에 가족들과 다녀왔습니다. 수당 이남규 선생의 대쪽같은 선비정신이 점점 흐려져 가는 세태에 귀감이 됩니다. 예산 가시는 분들은 한번 들러 보십시오.
   
이름아이콘 조영희
2011-05-09 23:20
수당고택이 인상 깊었습니다. 수당 선생일가의 독립운동 이야기도 감동스럽고 관장이신 후손도 대단한 분이십니다. 많이 소개할게요
   
이름아이콘 이윤옥
2011-05-10 16:38
존경스럽습니다. 후세 사람들이 수당 선생님의 올곧은 국가관과 나라 사랑 정신을 배우게 되길 빕니다.
   
이름아이콘 제주도독자
2011-05-10 16:40
3대에 걸친 독립운동도 대단하지만 후손인 이문원 관장님도 훌륭합니다.
   
이름아이콘 이한솔
2011-05-15 07:25
독립운동 하신 분들에 대한 예의는 지나치다 싶게 해드려도 시원찮은 듯 합니다만  사비를 털어 관리하신다니 안타깝습니다. 국가의 관리가 완벽하길 빕니다.
   
이름아이콘 충청인
2011-05-17 22:52
저도 수당 기념관 다녀왔습니다. 존경합니다. 이문원 관장님 건강하세요
   
이름아이콘 독립군
2011-05-19 22:57
나라사랑 마음은 시대를 초월한 정신입니다. 보기드문 3대 독립운동 공적
존경합니다.
   
이름아이콘 하진상
2011-05-23 21:06
항상 귀감이 되는 내용들을 통해서 많은 공부를 합니다. 정말 수고하십니다.
   
이름아이콘 김주호
2012-11-13 10:56
수당  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이문원 관장님의 안내로 자세하게 설명을 들어  수당선생을 위시한 조상들의 애국활동을 되 새겨 봅니다
관장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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