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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조의 이 사람

 

쓴 사람 김영조
쓴 날짜 2011-04-05 (화)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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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추천: 18  ㆍ조회: 2495      
따뜻한 미소 그리고 내공 깊은 소리꾼 서도명창 유지숙
 


나는 국악을 전공한 적도 없고, 실제 연주해본 적도 없다. 그래서 국악과 관련된 취재를 하고 글을 쓸 때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해야 그들의 세계를 제대로 표현해낼 수 있을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예술도 예술인 자신과 주위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만 한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곧 훌륭한 예술가란 예술 이전에 인격도야가 이뤄져야 진정한 예술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다. 말하자면 인간냄새 물씬 풍기는 예술가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러한 내 생각이 옳은 것인지 자신이 없을 때 만난 분이 이 시대 국악이론의 최고 권위자인 단국대 서한범 교수였다. 쟁쟁한 제자를 길러낸 서 교수는 “예술가이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 자신과 이웃에 대해 따뜻한 마음을 갖지 못한다면 훌륭한 예술이 창조될 수 없다.”라는 자신의 생각을 말해주었는데 이는 내 생각과 일치되는 이야기였다. 이후 숱한 예술인들을 만나 글을 쓰면서 주로 내가 눈여겨보는 것이 예술성과 더불어 인간성이다. ‘김영조의 이 사람’ 코너를 만들면서 이에 걸맞은 사람으로 첫 번째로 꼽은 사람이 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 유지숙 명창이다. 

유 명창은 공연장마다 청중을 몰고 다니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가 공연하는 무대마다 청중이 차고 넘치는 것은 그의 뛰어난 예술세계는 물론이려니와 그에 더하여 인간미 넘치는 그의 인품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언제나 서양 뮤지컬이 북적이는 분위기에서 토종뮤지컬인 추풍감별곡을 손수 만들어 서도소리의 매력을 한껏 돋운 실력파 유 명창은 기획·제작자로서의 카리스마만 있는 게 아니다. 국내 첫 시도인 토종뮤지컬을 성공시키기 위해서 보이지 않는 카리스마도 작용했겠지만 그를 따르는 많은 소리꾼은 유 명창의 따스한 인간미를 높이 사고 있다.

 

▲ 공연에서 제자들과 함께 소리를 하는 유지숙 명창

 

▲ 유지숙의 서도소리 제3집 북녘소리 <토리>

 

자칫하면 지루할 수 있는 서도소리에 연극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생동감 있는 무대로 만든 유 명창이지만 토종 뮤지컬 추풍감별곡을 첫 무대에 올릴 때는 뮤지컬 속에 나오는 매파역을 전문 연극인으로 배역한 적이 있다. 그러나 완벽한 소리 구성을 위해서는 역시 전문 소리꾼이 더 좋을 것이라는 확신으로 과감히 제자를 기용했는데 이것이 크게 주효했다. 청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을 만큼 연극적인 요소와 소리영역을 완벽하게 소화한 제자를 신뢰하고 격려한 유 명창이 아니면 이루어 낼 수 없는 쾌거였다. 제자사랑의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천부적 소리꾼’, ‘연습광’, ‘자선사업가’ 등 그의 별명은 많다. 그만큼 노력하는 소리꾼으로 그는 소리로서 승부를 거는 예술가이다. 그렇다고 옛 가락에만 안주하지도 않는다. 서도소리 창극인 토종뮤지컬을 만들어 대성황을 이룬 것만 봐도 그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가 만든 《추풍감별곡(秋風感別曲)》은 2009년에 첫무대를 꾸며 해마다 선보이고 있다. 서도소리 뮤지컬인 이 작품은 채봉감별곡(彩鳳感別曲)이라고도 부르는데 순조(純祖)∼철종(哲宗) 연간의 작품으로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하고, 진취적인 한 여성이 부모의 명령을 거역하면서까지 사랑을 성취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이야기 자체는 흔한 사랑이야기라 진부할 수 있지만 여기에 서도소리를 가미해 각고의 노력 끝에 토종 뮤지컬로 탄생시켰다. 구성진 소리와 함께 풍자와 해학을 보태 단순한 조선시대의 소설에서 현대인의 감성에 맞는 토종뮤지컬로 탈바꿈한 것이다.

 

▲ 평안도다릿굿 가운데 축원경을 하는 유지숙 명창

 

그런데 그가 더 훌륭한 것은 이러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드는 비용을 제대로 지원받는 곳이 없이 얇은 호주머니를 털어 공연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나 기업의 튼튼한 지원만 있어도 토종 뮤지컬은 한국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전 세계로 뻗어 나갈만한 수준인데 안타깝다. 

올바른 전통의 계승은 “법고창신(法古創新)” 해야 한다고 했던가? 옛것에 그 바탕을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고 새것을 만들어 가되 근본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털끝 하나 안 건드리고 옛것만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변화를 준다면서 된장 냄새는 전혀 나지 않고 버터 냄새가 나게 하는 국악인도 있다. 이것은 자칫하면 국악이 도태할 수도 있는 위험한 자세이다. 그에 견주어 철저히 기본을 공부하고 그 기본 속에서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유 명창의 법고창신 자세는 국악이 현대와 살아 숨 쉬고 세계로 발돋움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철학이며 유 명창은 바로 그런 법고창신 진수를 잇는 소리꾼이다. 

내가 꼽는 “이 사람”의 첫 번째 인물은 그런 점을 두루 갖춘 유지숙 명창이 적격이다. 앞으로 이러한 “법고창신”의 세계를 추구하는 명인들을 찾아나서는 첫걸음을 유지숙 명창으로 시작하여 한 걸음 한 걸음 한국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찾아 나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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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끝없이 성찰하고 닦아내는 것만이 나의 길이다
[대담]중요무형문화재 제29호 서도소리 전수교육조교 유지숙 명창

 

▲ 대담하는 유지숙 명창
 

-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서도소리로 스타란 평가를 듣는다. 그리고 관객과 많은 공연자를 몰고 다닌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서도소리의 스타라는 말은 참 쑥스럽다. 나는 일단 오시는 손님들을 거의 일일이 전화로 직접 확인해서 자리를 정해드리고 공연한 다음 날은 공연평과 문제점을 확인하면서 가신 뒤의 안부를 꼭 확인하는데 그래서 한번은 귀가 너무 아파 전화를 못 받은 적도 있었다. 또 공연자들은 각자의 개성과 소양을 살펴 배역을 정해주고 무대가 즐거워야 객석이 즐겁고 재미있다는 것을 공연자 스스로 알게 하면서 자유로이 감정을 표현하게 하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  온 듯하다. 그리고 청중들이 나를 위해 손뼉을 쳐주고 격려해 주시는 것에 당연히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데오히려 팬들은 그것을 겸손으로 높이 치하해주시니 더욱 큰 용기로 재생산되니 좋은 공연이 되는 것 같다. 

- 남들이 시도하지 못하는 토종 뮤지컬을 만들고 있다. 무척 어려운 일일 텐데 그렇게 해야만 하는 사연이라도 있는가?

내가 토종뮤지컬을 만드는 까닭은 어렵게 공연을 만들어 이해하기 어렵게 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 편하게 공연을 보게 되면 극적인 재미와 함께 저절로 서도소리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대중 속으로 서도소리가 스며들지 않을까 하는 희망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소리를 왜 몰라주느냐고 하기보다는 ‘이래서 서도소리가 좋다.’라고 외치고 싶은 것이다. 또 누군가 해야 하는 일이기에 어렵게 이어오고 있지만 조금이라도 서도소리가 세상 사람이 좋아하는 날이 올 수만 있다면 끝까지 열정을 태울 생각이다.

- 대부분 소리하는 사람들은 그저 소리에만 파묻힌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추구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국악을 감상하는데 제일 어려운 부분은 그 내용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서도소리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이야기가 있는 공연을 해야 하고 또 그럴 때 청중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설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 소리가 왜 생겨났는지, 내용은 무엇이며 무엇을 뜻하는지를 실제 나도 공부를 많이 하게 되고 청중의 이해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이런 공연형태는 끊임없이 시도할 것이다.

- 요즘 젊은 국악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요즘 젊은 국악인들은 재미있고 즐거운 공연이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새로운 퓨전형태의 음악을 많이 연주하려고 한다. 특히 내 제자들이 "별악"이라는 팀을 만들어 새로운 형태의 공연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데 서도소리를 새롭게 해석해 얹고 한소리를 가지고 장단의 변화를 주어 다양하게 변화를 시도하며 현대적인 의상으로 무리 없이 공연하고 있어 이런 공연도 서도소리를 한 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 기쁘다. 다만, 이것이 잠시 시도해보는 것이어야 하고 결국은 전통의 길로 다시 되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감각적이고 순간적인 것은 오래가지 않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국악은 도를 닦는 길이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삶과 인격, 철학 모든 것이 음악에 실리기 때문에 자신을 끊임없이 성찰하고 닦아내지 않으면 좋은 음악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닦아도 끝이 없고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은 "도"의 길과 같은데 그것을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소리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좀 더 이론적인 공부를 많이 하고 싶다. 무대에 서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서도소리에 어느 정도 음악적인 마무리를 하고 나면 공부를 좀 더 하여 서도소리의 깊은 멋과 흥을 글로 남기려는 욕심이 든다.

 

이름아이콘 나와라
2011-04-06 13:48
작년에 향두계 놀이 보고 감동 받았습니다. 오늘 기사 보니 그런 내공으로 부단한 자기 계발에서 유래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올해도 기다려집니다.
  상계동  조성희 드림
   
이름아이콘 김삼봉
2011-04-08 14:02
서도 명창 유지숙님,앞으로도 서도민요를 더욱 발전시키고 대중에게 널리 알리는 일에 앞장서 주시기 바랍니다.
   
이름아이콘 김준열
2011-04-08 14:06
기사를 통해서 유명창님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어 기쁩니다. 또한, '김영조의 이 사람' 코너의 첫번째 주인공이 되신것도 축하드립니다. 서도민요를 새롭게 접하면서 제 스스로도 많은 을 보고 듣도록 노력해야할꺼 같습니다.
   
이름아이콘 서소녀
2011-04-08 14:08
기회가 되면 국악 뮤지컬 꼭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소중한 우리 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앞장서시는 유명창님 화이팅!
   
이름아이콘 정채수
2011-04-13 00:26
유명창님 공연 한번 보고 반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소리꾼 이십니다.
   
이름아이콘 한승일
2011-04-15 18:15
민요에도 뮤지컬이 있었네요.
보고 싶습니다.
우리 뮤지컬과 서양뮤지컬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해집니다.
   
이름아이콘 제주독자
2011-04-15 19:19
토종소리극이 있었네요.
우리 민요도 그렇게 소리극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런 좋은  일에 나라에서 지원이 없나요?
   
이름아이콘 이윤옥
2011-04-17 07:47
유지숙 명창님! 옛것을 지키면서 오늘에 살리는 '법고창신'의 정신을 실천하시는 모습 존경스럽습니다. 유 명창님의 공연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기대합니다.
   
이름아이콘 솔개그늘
2011-04-24 08:08
유명창님이 존경스럽네요.
공연 꼭 보고싶구요.
이런 분들을 많이 소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인생을 사는데 필요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름아이콘 최원묵
2011-05-09 22:56
저도 꼭 한번 공연을 보고 싶습니다.
   
이름아이콘 j.h.j
2011-05-10 16:43
지방에는 안오시나요? 부산에서도  공연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름아이콘 충청인
2011-05-17 22:53
충청도에서도 공연 보고 싶습니다. 서울에서만 하시나봅니다.
   
이름아이콘 최문자
2011-05-19 22:58
유지숙 명창 공연때 얼레빗 독자들 꼭 불러주십시오.
   
이름아이콘 별난악공
2011-05-23 16:48
저번에 남긴글이 제대로 안 남겨졌나봐요!
안녕하세요!
유지숙 선생님 제자 이나라입니다.
선생님에 대한 깊은 관심!
저도 너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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